유기 그릇, 요즘들어 여러 모로 건강에 좋다는 소문에 힘입어 많이들 찾습니다.

한때는 관리 힘든 골치아픈 천덕꾸러기 신세였는데, 음식물의 독소도 잡아주고 약간의 광물질도 섭취할 수 있다 하여 웰빙 식기가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유기를 사모으다가 경기도 무형문화재 10호로 지정된 김문익 유기장의 작품을 우연찮게 입수했습니다.

 

먼저 세계일보 조용호 선임기자의 2010년 6월 9일자 [전통을 잇는 사람들] 시리즈 기사를 보시죠:

 

김문익씨는 양반 집안인 안동 김씨 출신이었지만 천한 사람이나 배우는 유기 기술이라 하여 주변에서 만류하는데도 12살 때 유기장 최두건 공방에 입문했다. 이후 이곳에서 13년간 기술을 연마했고 다시 무형문화재 이봉주 휘하에 들어가 17년 동안 평북 정주의 납청방짜 기법도 배웠다. 그의 능력은 1992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지정으로 인정받았다.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그가 만든 징과 꽹과리를 오랫동안 사용했고, 1980년대에는 내리 7년 동안 한국문화재협회 전승공예전에서 입상한 이력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1960년대에는 꽹과리 소리가 저음이었는데, 먹고 살만해진 요즘에는 높은 소리로 만듭니다. 옛날에는 농촌에서 논매기할 때 힘을 덜 들게 하느라고 농악을 치다 보니 소리가 저음이었는데, 요즘은 사물놀이패들이 늘어나면서 현대음악과 맞추다 보니 배고픈 시대도 아니어서 소리가 자연스럽게 높아진 거죠.”

◇김씨가 완성된 유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광을 낸 유기가 거울처럼 밝고 깨끗하다.
방짜로는 그릇 말고도 꽹과리나 징 같은 악기도 만든다. 김문익의 방짜 악기는 특히 성가가 높은 편이다. 그는 악기를 만들 때 ‘울음깨기’를 잘해야 한다고 했다. ‘소리잡기’의 공정에서 첫 울음을 어떻게 ‘깨우느냐’에 따라 징이나 꽹과리의 품질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구리 72%와 주석 28%의 비율로 용해해 만드는 일반적인 방짜와는 달리 악기를 만들 때는 주석 함량을 배로 높이고 금과 은을 섞기도 한다. 그는 “덕수패 사물과 손발을 맞추다 보니 금과 은까지 넣게 됐다”면서 “금은 소리를 부드럽게 하고 은은 높은 소리를 내게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왼쪽)와 전수조교 이춘복씨가 달궈진 쇳물을 거푸집에 부어 바대기(둥근 놋쇠덩어리)를 만들고 있다.

전통 방짜 작업의 하이라이트는 장정 6명이 심야에 새벽까지 합금에 메질을 하는 장면이다. 용광로에서 꺼낸 합금을 용도에 맞게 오려낸 뒤 적당히 다시 가열을 해서 두들겨 성형을 하는 과정이 바로 이 메질 장면이다. 망치질 3명, 집게 1명, 풍구질 1명, 쇠달구는 사람 1명이 호흡을 맞추어 정신을 집중해서 쉬지 않고 최소 3시간 이상을 작업을 해야 한다. 지금도 김씨는 이 두드리기 작업을 할 때 만큼은 잡념이 들지 않도록 정신을 집중하는데, 두드리는 리듬과 강약에 따라 그릇과 악기의 질이 미세하게 달라진다.

“옛날에는 관솔불을 밝혀놓고 밤 11시부터 사람들 모아서 일을 시작했는데, 한 사람만 빠져도 일을 못했지요. 이젠 달라진 시대를 따라갈 수밖에 없지만 진짜 방짜들이 사라져가는 것 같아 허전합니다.”

낮에는 방짜에 반사되는 빛 때문에 일을 하기가 힘들어 밤에만 작업을 했다는 방짜유기장 김문익씨. 그가 평생 해온 작업이니 진짜 방짜 만드는 일이야 어렵지 않을 터이지만, 인간 ‘방짜’들은 이제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기사 중에 사진 보면 ...

갓 두드려낸 저 유기(소반인가?)에 쨍~하니 얼굴 비치는 것 좀 보세요.

옛날에 국사 시간에 고대인들이 청동거울(銅鏡)을 썼다고 하면서 ...

무슨 푸르딩딩한 유물 사진이 나와 있으면 ...

대체 저기에 얼굴을 어떻게 비춰본단 말이지? 라고 생각했는데,

저 정도면 얼굴에 있는 잡티도 낱낱이 보이겠죠? ^^

 

그건 그렇고,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함께 세계에 한국의 소리를 알린 그 징들이 죄다 김문익 명장의 작품이었군요. 그래서인지, 제가 수집한 다른 유기와는 달리 김문익 명장의 유기들은 한 가지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

 

그릇을 뚜껑이나 젓가락 등의 다른 금속으로 두드리면 맑은 종소리 비슷한 것이 나면서 그 공명음이 수십 초간 퍼집니다. 무슨 악기를 연주하는 느낌입니다.

 

혹시 다른 유기도 이런 소리가 나는가 싶어서 집에 있는 것들을 죄다 두드려 보았습니다. 제가 또 실험정신이 좀 있어서~ ^^

요것만 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놋그릇은 다들 그런 소리 정도는 난다면 괜한 설레발 친 셈이쟎아요? 

 

일단 일반적인 형태의 놋그릇을 두드려 봤는데 ... 종소리는 안 납니다.

 

그럼 혹시, 입이 약간 안으로 굽은 옥바리 그릇의 특성 때문인가 싶어서 ...

형태가 비슷한 다른 놋그릇을 두드려 봅니다. 역시나 종소리는 안 납니다. 

 

오직 김문익 명장의 유기만이, 청아한 종소리가 울려퍼집니다.

 

아마도 오랜 타악기 제조 경험에서 우러나온 합금 배합 비율의 노하우가 유기 그릇 만드는데도 조금은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김문익 명장의 유기는 짝퉁 제조자가 모양만 대충 흉내내는 것만으로는 모방할 수 없는, 독자적인 구별법이 있는 셈입니다.   

 

제가 입수한 유기들은 아직 길들이기도 안한, 광이 살짝 남아 있는 것들입니다. 이 광이 죽으면 언젠가는 수세미로 갈고 닦아 은은한, 놋그릇 특유의 광을 내야 하겠지요. 하지만 그전까진, 이 번쩍이는 광빨을 조금 즐기도록 하겠습니다.

(밑줄에 있는 간장종지라고 쓰고 실제로는 술잔으로 쓴다. 당연히, 가운데 줄에 있는 애들은 찬합이라는 구실로 샀지만 몰래 막걸리잔으로 쓴다들은 조금씩 수세미로 닦아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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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무쇠주전자, (그쪽에서는 테츠빈, 곧 鐵甁이라 부르더군요)

요즘 다도를 취미로 하시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관심들을 많이 가지십니다.

 

섬세한 수공으로 빚어낸 무쇠주전자의 조형미와 오래된 금속의 색상은 다실의 품격을 드높여줍니다.

 

원래 늘상 차를 마셔대던 중국에서도, (이쪽에서는 鐵壺, 혹은 鑄鐵壺라고 ...)

경제력의 신장과 함께 출현한 신흥 부호들이

이 일본 무쇠주전자를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龍文堂, 龜文堂, 玉龍堂 등의 근대 유물들은 우리돈으로 수백, 수천만원씩에 거래된다고 하는군요.

 

그러다 보니 일본 무쇠주전자를 가져가서 그대로 본을 뜬 모방품도 나돌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선전하고 있는 모방품 한 번 보겠습니다.

 

꽤나 정교하게 잘 만들고 있네요.

 

역시 세계의 공장 !

 

참 ... 요즘 이런 중국산 모방품을 들고 와서 오리지널 일본산인 양 팔아대는 업자들이 간혹 있습니다. 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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